이스포츠 옆 대나무 숲 인터뷰 | 대한민국 프리랜서 B씨
※ 본 인터뷰는 2024년 4월 10일에 진행한 익명의 이스포츠 산업인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거주 중인 B입니다. 저는 프로 선수로 시작해서 코칭 스태프로 활동했고 리그 스태프와 같은 현장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스포츠 프리랜서로 종사하고 있습니다.
Q. 이스포츠의 매력에 빠지게 된 이유가 무엇입니까?
처음엔 ‘내가 좋아하던 게임은 누가 잘하지?’ 라는 궁금증으로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그걸 따라하기 위해 많이 돌려봤고 성인이 됐을 때 '나도 저 무대에 서고 싶다' 라는 것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비록, 높은 곳은 가지 못했지만 무대에 짧게 서보았고 이로 인해 특유의 기분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무대를 섰던 추억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도 업계에서 남아서 일할 때 나오는 에너지로 인해 아직까지도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는게 신기하긴 합니다.
Q. 선수 생활 이후의 이스포츠에서의 삶은 어땠나요?
모 팀에서 코칭 스태프 제안이 왔었습니다. 처음에는 회사를 다니고 있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한 번은 해보자는 생각으로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좋은 성적을 내게 되어 프로팀까지 갔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선수들을 제대로 관리를 못 했고 성적 하락도 자연스럽게 오게 되면서 더 이상 할 수 없겠다는 판단 하에 그만두고 회사에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 할 때 당시의 좋은 에너지들이 잊혀지지 않았고 다시 자리가 생겨 팀을 맡았습니다. 그 후에 이스포츠 대행사와 연이 닿게 되어 '일을 하게 되며 다른 방향도 많이 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고 퇴사를 결정하고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Q. 현재 이스포츠 산업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프리랜서로 활동 중입니다. 현장 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다양한 역할의 일을 했습니다. 이스포츠에 살아 남으려면 어지간한 열정 혹은 어중간한 능력으로는 살기가 많이 힘들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역할 (멀티 포지션) 을 찾아보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선수부터 코칭스태프 그리고 프리랜서까지 이스포츠 현장에 함께하면서 보람되는 순간이 있었나요?
선수로서는 크게 성공을 하지 못했고 단지 그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코칭스태프로서 뿌듯했던 점은 같은 소속 선수들이 이후에 최상위권 선수가 됐다는 점 그리고 잊을만할 때 선수들이 인사를 건낼 때 많이 뿌듯했습니다.
리그 스태프로는 내가 서있는 자리에 이슈 없이 진행 될 때, 내가 전달한 자료가 방송에 도움을 줄 때와 게임 연출 시에는 멋진 장면을 뽑아내 클립으로 올라올 때 많이 뿌듯했었습니다.
Q. 현재 꽤 많은 일을 하시던데 힘들지 않으신가요?
이스포츠 현장직의 처우가 그렇게 좋지는 않아서 이런 일들을 여러 개 하는 게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비교적 완전히 뛰어든 시기가 나이가 좀 찬 상태로 뛰어들다보니 더 촉박하다 느끼기도 했습니다.
Q. 프리랜서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보통 이스포츠 행사가 1년 중 1~2월 중에 일이 없습니다. 이 때 아르바이트도 갑작스레 일이 없어 오지 말라 할 때 정신적으로나 압박을 많이 받게되다보니 이 길을 가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습니다. 배달, 물류센터, 생산 공정 아르바이트 등 기회를 주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이스포츠 일정에 맞출 수 있도록 최대한 단기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만 골라서 했습니다. 수익을 안 끊기게 하기 위해 더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나이가 있다 보니 몸 상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쉬게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업무적인 측면에선 인력은 한정적이고 종목은 다양해서 한 종목만 파는 경우엔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다른 종목에 대한 배움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은 것도 있습니다.
Q. 현재 이스포츠 현장직에 대해서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단 산업적인 측면을 봤을 때 추후에 이스포츠 산업을 뒤흔들 대작이 나오지 않는 이상 반전하기 어려울거 같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기준점 혹은 틀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없어서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업적인 측면을 봤을 때 경험 삼아서 하기엔 좋지만 생업으로서 추천하기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카메라 감독과 같은 기술직이라면 모를까 대행 같은 경우엔 쉽지 않습니다. 여러 행사와는 다르지만 행사를 고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비선수 출신이 일을 한다는 이미지 강해서 전문성에 의심을 받고 있는 시선이 존재합니다. 특히, 방송 쪽에서 선수 출신 경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다른 일을 하는게 낫다고 조언을 합니다. 왜냐하면 선수 뿐만 아니라 관계자와의 인맥이 있어야 하고 온갖 고생을 해야 겨우 될까 말까 할 정도입니다.
Q. 이스포츠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이스포츠 겨울' 을 맞이하면서 어떠한 변화를 맞이했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 있어 고정으로 나가는 돈이 꽤 많이 있습니다. "겨울이 오면 내가 하는 주 업무가 끊기는데 어떻게 이번 달은 버틸까?" 혹은 "어떤 일을 해서 더 많이 벌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하고 "이 길이 맞는걸까?" 라는 생각도 반복해서 더 많이 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지금도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3월부터는 조금씩 무언가 제안이 오고 있어 쉽게 뿌리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Q. '이스포츠 겨울 맞이' 를 하면서 B님께서 본 이스포츠 산업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재 산업 자체가 하락세라 그런지 많은 변화가 현장에서 느껴졌습니다. 특히, 해당 업계에 열정과 애정이 없으면 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화려한 만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고 다양한 스태프들이 만들어가고 많은 돈을 벌지 못하는 동료들 혹은 후배들을 보면 도와주고 싶지만 능력이 없어 도와주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자책하기도 하고 자신감이 많이 죽기도 했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없고 예전에 비하면 시스템이 많이 생겼지만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여전히 현장직에 있는 사람들을 소위 감정 쓰레기통으로 취급하고 부속품으로 보이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Q. '이스포츠 겨울 맞이' 를 하면서 A님께서 본 이스포츠 산업에 제시할 대안이 있을까요?
사실 돈이 많으면 본인 혹은 팀 단위로 사업체를 꾸리는 것도 좋습니다. 오죽하면 이런 고민이 있을 때 누군가로부터 조언을 받은게 기억이 나는데 사업체 만들어서 활동하라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단타로 계약직으로 하는 분들이 버는 것으로는 현실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연봉제를 굴릴 수 있는 기업들이 많은 채용을 하고 아르바이트 개념이 아닌 직업 의식을 가지게 하여 책임감을 많이 가지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짧게 선수를 했거나 게임을 좋아해 업계에 뛰어든 사람 등등 편견 없이 다양한 곳에서 기회를 많이 줘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많이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추후에 이런 힘든 소식이 아닌 다 같이 웃으면서 보는 건강한 이스포츠 산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꽤 알찬 내용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향후 이스포츠의 전망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매력적인 산업이지만 막상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엄청 큽니다. 평생 직업으로는 현장 스태프와 심판까지 생업으로는 매력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자신만의 아이덴티티입니다. 스포트라이트만 보고 함부로 뛰어들지 말아야 한다.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에 공부하고 확신이 섰을 때 활로를 뚫는게 좋다고 봅니다.
코로나 이후 산업 자체가 하향세고 전체적으로 안 좋은 상황이라 화려함만 보지 말고 어두운 면도 조사해서 진입하고 싶으면 확실하게 공부해서 진입하는게 좋습니다. 추가로, 학력도 중요하지만 배테랑 혹은 선배들이 어떻게 일했는지 봤으면 좋겠다. 운영이나 기타 업무 같은 경우 학력의 중요성이 없는 분야가 존재한다. 학력보다 경력이 중요한 분야엔 유연했으면 좋겠습니다.
Q. 어려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B님이 이스포츠에 종사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선수 출신이 아니지만 인지도를 쌓고 있는 스트리머 혹은 유튜버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척하는 것이 멋있고 방향을 꿋꿋이 나아가는게 멋있어 보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스포츠 산업에서 10년 넘게 버틴 분들이 대단하고 동경하게 되고 후배들이 다른 일을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동안 쌓은 것을 기반으로 이스포츠 산업에서 일하는 것이 젊은 친구들한테 매력적으로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산업을 매력적으로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유입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대부분 아래부터 시작해서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데 제가 뚫어내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거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간혹 스스로 자리를 양보하기도 했고 소개를 한 적도 있습니다.
최근에 후배들에게 일을 제안하기도 하고 여러 방향을 제시하면서 조언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을 쉬게 되면 잊혀지는게 쉽기 때문에 공부하면서 얼굴이 기억날 수 있게 간단한 행사는 뛰라고 조언을 합니다. 그 만큼 이스포츠 산업에 남는 것이 어렵다는 뜻입니다.
Q. 향후 B님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일단 이스포츠 현장일은 올해까지는 하려고 합니다. 이 시간 동안 이스포츠 기업에 기회가 생기면 산업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일을 하겠으나 기호가 없으면 다른 일을 하려고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남겨주세요.
현재 업계를 선도할 정도로 영향력을 갖춘 탑 클래스 선수들이 업계의 흥행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들에 비해 미비하지만 저도 후배들에게 최대한 도우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스태프와 방송 제작하는 사람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금전적인 부분도 있지만 일 하는 사람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면서 동기부여와 효율을 높이고 돈 주는 사람들도 일을 잘 하는 사람한테 급여 올려주면서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합니다.
이스포츠 종사자들한테는 같이 잘 되어서 떳떳하게 행복하게 잘 살 수 있게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스포츠 산업에 진입하려고 하는 분들에게 산업의 시작점인 현장직은 정말 힘들고 어려우니까 화려한 면 뿐만 아니라 어두운 면까지 잘 배우고 확실하게 준비해서 진입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