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FPS 프로게이머 zAAz & juliano가 CS:GO 선수로 복귀합니다.
사진파일 G2 Esports (왼쪽부터 3번째 'juliano', 4번째 'zAAz')
기사 원문 hltv.org/news/35759/g2-announce-team-built-around-juliano-and-zaaz
G2 Esports의 CS:GO 여성팀(팀명 G2 OYA) 발표가 있습니다. 멤버 중에는 CS:GO 프로게이머였으나 은퇴하고 발로란트로 전향 했었던 'zAAz'&'juliano'(이하 '자즈'&'줄리아노')가 포함 돼있습니다. 이 두 명은 CS:GO에서 매우 오랫동안 같이 게임해왔고 발로란트로 넘어가기 위해 팀을 이적할 때도 나란히 G2의 발로란트 여성팀으로 같이 이적했습니다.
줄리아노도 여성부 CS:GO에서는 잔뼈가 굵은 수준을 넘어 통뼈이지만, 자즈는 진짜로 오랫동안 카스를 해온 여성부 카스의 상징 그 자체인 플레이어입니다. 카스 초창기부터 활동했습니다. CS:GO가 아니라 카운터 스트라이크 전체, 즉 전작인 카스1.6부터 지금까지 프로 활동을 하고 있는 겁니다. 원로가 아니라 장로 급인 선수에요.
자즈는 카스를 너머 전세계 여성 프로게이머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남성 선수까지 다 합쳐도 카운터 스트라이크 프로게이머 생활을 이보다 오래 해온 선수가 거의 없습니다. 전작부터 오랫동안 뛰고 있는 플레이어 자체는 많지만, 카스1.6 '초기'부터 그것도 아직도 현역으로 뛰는 플레이어는 카스 역사를 전부 뒤져봐도 얼마 없습니다. 비슷하거나 더 오래한 플레이어는 진짜 은퇴를 상정한 상태에 가까운, 이젠 이스포츠를 통틀어 전설에 든 ‘neo’ 또는 ‘f0rest’ 정도에 정말 한 손으로 꼽을 숫자 밖에 없습니다. 언젠가는 아무리 가혹한 프로의 세계라도 저는 여성부가 분명히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여전히 결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게 20년이나 됐다는 게 문제지만...
그저 실력이 뛰어난 여성 게이머였고 오래 활동했다는 것 만으로 자즈가 걸어온 발자취와 영향력을 모두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여성부 카스의 상징이라는 말 만으로 단순화 하기도 어렵습니다. 전작의 전성기 시절에는 자즈의 팀은 여성부에서 아무도 도전할 수 없는 언제나 최고의 명성을 떨쳤고 혼성부(라고 쓰고 남성부라고 부르는 일반 프로씬)에 도전한다면 유의미한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유일한 선수로 기대하는, 남성팀에게 전혀 선택받지 못하던 실력이 저열한 씬이라고 멸시받는 여성부 리그를 유지할 이유를 대주는 여성부의 자존심이자 최후의 보루였습니다. '그래도 자즈가 있다면 불가능은 아니다'라는 논리 하나로 말입니다.
실력이 그 전만큼은 못했던 CS:GO에서는 항상 우승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자즈가 소속되는 팀은 항상 여성부 최상의 강팀의 위치에 있었습니다. 무관심 그 자체인 여성부의 유일한 스타 플레이어이고 아이코닉한 선수였습니다. 한국 스타크래프트에 서지수 선수가 있다면 카스에는 자즈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타도 끝끝내 망했고 그래서 서지수도 겸업으로 스타크래프트 게임스트리밍을 하는 정도인데, 카스도 CS:GO로 세대 교체가 이뤄진 현재까지 자즈는 그 오랜 기간 게임을 놓지 않았고 또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새로 출시된 발로란트의 프로씬 실력대가 하향되어 여성부 카스씬에서도 '드디어 남성팀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일 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굉장히 많이 넘어갔었고, 자즈와 줄리아노 역시 g2의 발로란트 여성팀 소속으로 이적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유사게임이라고 해도 새로운 게임에서는 모두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이상, 자즈의 관록과 경험은 신작 게임에서는 제 힘을 내지 못했습니다. 젊은 피의 기세를 관록으로만 누르기에는, 중학생 정도의 아주 어릴 때 데뷔했던 자즈도 어느새 30대가 됐으니까요. 모두가 그렇듯 자즈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작년 중순에 결국 '프로씬 완전 은퇴'를 선언하고 후계자 양성에 힘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관련 기사 sydsvenskan.se/2022-07-12/varldsberomda-e-sportspelaren-lagger-ner-karriaren-ska-utbilda-unga-i-malmo; 스웨덴어)
근데 오늘 이렇게 예고 없이 은퇴 번복과 깜짝 복귀 발표를, 그것도 발로란트가 아니라 카스팀으로 했네요! 혹시나 해서 알아보니 자즈는 작년 말에 한 번 카스로 복귀 시도를 했다가 무산됐었던 거 같군요.
(관련 기사 fragbite.se/cs/news/50139; 스웨덴어)
그 이후로도 자기 트위터로 간간히 떡밥은 뿌렸던 걸 보면 계속 노력했던 거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스포츠의 중꺾마 정신 아니겠습니까?
자즈도 없는 CS:GO 여성씬은 이제 굉장히 암울해지겠다 하고 기대를 안하고 있었는데 제 개인적으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버워치가 여성 게이머 희망의 불씨를 잠깐 지피다가 꺼져버린 후에는 FPS에서는 미래가 없을 거 같았는데, 어떤 식으로든 잘됐다 싶습니다. 하다보면 죽이든 밥이든 뭐라도 되긴 하겠죠.
아직까지도 여성 플레이어나 여성팀이 자즈를 포함해서 남성팀에게 제대로 이겨보지는 못했지만, 소수라도 언젠가는 당당히 실력으로 인정받고 남성팀에서 뛰는 후배 여성 게이머가 나올 거라 기대하면서 그때까지는 계속 활동하면 좋겠습니다.
“HhdH” 조용민 / Jo Yong-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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