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스포츠와 사우디 이스포츠 연맹이 파트너쉽을 맺습니다.
사진파일 영국 이스포츠 배포
기사 원문 영국 이스포츠 홈페이지
이번 달 9일 영국의 국립 이스포츠 기관인 ‘영국 이스포츠’는 영국 선더랜드에서 ‘사우디 이스포츠 연맹’(이하 SEF)과의 파트너쉽 계약을 발표했습니다.
먼저 사우디 아라비아 수도인 리야드에서 영국 기업통상부의 주최로 ‘영국 왕립 이스포츠 리야드 무역단'을 통해 합의가 이뤄졌고, 이에 따르면 두 기관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 명시된 협력 분야에는 이스포츠 인재 양성을 위해 대회를 포함한 다양한 활동, 문화적 교류, 인턴쉽, 멘토링, 전진기지, 이스포츠 훈련, 교육 및 연구 활동이 포함돼있습니다.
이 계약으로 영국 이스포츠와 SEF는 홈&원정 경기의 형태로 2024년 말 Gamers8에서 양국 선수들이 겨루게 된다고 합니다.
*역 주: Gamers8은 당월 중 사우디 이스포츠 연맹에서‘이스포츠 월드컵’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습니다.
SEF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스포츠 산업 기관이고, 올해 7월에 열린 Gamers8 대회를 주최했습니다. SEF의 홈페이지에서 보니까 국가 기관이나 정부 부처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국가 정책 상 협력하는 관계인 것 같습니다. 한국의 케스파와 비슷한 포지션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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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포츠는 여전히 유럽이 주축이 되어 돌아간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고, 자금 조달은 미국에서 이뤄지다가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현금이 많고 돈을 쓰는 데 주저함이 없는 두 국가를 출처로 한 자본의 흐름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전 포스트에서 언급한대로 전세계 이스포츠의 방향이 두 국가 위주로 획일화 될 가능성이 존재하고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다양화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일단은 가장 먼저 생각해봄직한 방법은 그 만한 움직임이 가능한 또 다른 국가 내지는 국가연합체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에 뒤지지 않는 수준의 자본을 투입할 여력이 있는 또 다른 지역이라면 역시 중동일 것입니다. 사실 중동 외에는 없지요. 지금과 같은 전세계적으로 불경기가 심각할 때는 더더욱 말입니다.
이스포츠 이전에 게임산업에서 2010년대 부터 중동의 투자가 대단히 많이 이뤄졌습니다. 당시 서브프라임 사태가 진정되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었고, 그 즈음 들어 대형 타이틀을 중심으로 중동의 영향이 어떤 식으로든 게임 내에서 많이 드러나는 것을 느끼셨다면 우연이 아닙니다. 그리고 충분히 공급됐을 때 이스포츠로 확대되는 건 예상이 어렵지 않죠.
기사 내용으로 돌아와서 영국에서는 선더랜드를, 사우디에서는 리야드라는 도시를 내세운 이번 계약은 유럽과 중동의 협력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최근 중동에서 이스포츠 투자를 늘리고 있고 사우디는 그 중에서 가장 적극적입니다. 오일머니로 부유한 중동에서도 가장 부유한 편이지만, 반대로 그 오일머니에 국가 경제를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흔히 4차산업이라고 하는)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이스포츠도 사우디의 미래가치 투자 대상의 하나로 점 찍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영국이겠습니다. EU의 중심이자 세계 금융 허브 중 하나로 기능해왔던 영국입니다만 브렉시트 이후로 세계 경제에서 영국은 더 이상 중요한 지점이 아니게 되었고 경제력은 시간이 갈 수록 추락하여 2020년대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사태 등 치명적인 악재들이 연달아 벌어질 때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나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대부분 산업계의 임금은 오랫동안 전혀 오르지 못했지만 모든 물가가 급격히 폭등하는, 현재 서방 전반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영국에서는 대단히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영국은 이번 협력으로 잘 만 하면 사우디의 원조에 가까운 협력을 받아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겠지요. 축구 중심으로 스포츠를 매개로 한 영국과 중동 간 경제적 관계가 여기서 작용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개인적으로 추측해봅니다.
사우디가 이스포츠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늘리려는 욕구가 있다면 유럽과 어떤 접점이 생겼을 때 놓치지 않으려 하겠죠. 유럽의 이스포츠는 내부의 각 국가 간 협력이 매~우 긴밀한 대륙입니다. 다른 지역인 독립국가연합, 아시아태평양, 북미, 남미에 비해서 더욱 두드러지는 특징이고 유럽이 여전히 이스포츠 중심지로 역할하는 주요한 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영국이 자금을 조달하려는 의도가 있어서 접촉을 했다면 사우디가 그것을 기회 삼아서 유럽과 손을 잡겠다는 건 전략적으로 좋은 선택이 될 겁니다. 마침 중동은 지리적으로도 유럽과 가깝죠.
최근에 걱정되는 것이 이건 이번 월 초에 파트너쉽을 맺었다는 기사인데 거의 동시에 하마스 전쟁이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걸 링크드인 소식지로 받아서 알았는데 이미 보름 가까이 지난 어제서야 올라왔었네요. 전쟁 초기에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사우디 왕가의 발표가 있었는데, 유럽이 쇄국적인 태도가 짙어지는 이 시점에 악영향이 끼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HhdH” 조용민 / Jo Yong-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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