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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사와 커뮤니티 부탁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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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hew Koo
2024.09.22 추천 0 조회수 235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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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전화기가 세상에 나오면 더 이상 텍스트로는 더 이상 소통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손편지를 쓰는 사람들은 이제 많이 없습니다. 종이로 받는 연하장이라는 개념도 생소한 세대들이 우리 주변에는 있지요. 군인 아저씨에게 편지를 쓰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종이로 된 탁상용 달력도 벽걸이 달력도 구하기 어려운 시대가 올 지도 모릅니다. 매년 사서 모으던 다이어리도 흥미를 잃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굉장히 유명한 메이커가 한동안 우리 주변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었는데 이제는 그 이름조차도 한 번에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붓펜으로도 글을 아주 잘 쓰십니다. 그런데 저는 볼펜으로도 글을 예쁘게 쓰지 못합니다. 아버지는 그의 일생에서 손으로 쓴 글로 소통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많으셨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그래서 타인이 볼 때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모양의 글을 쓰는 기술은 매우 필요한 것이었음에 틀림이 없습니다. 더욱이 미려하게 글을 쓰고 싶으셨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글씨가 아버지의 곧 아버지 자신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얼굴과 같다고 여겼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제게는 글씨란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어느 순간 저는 제 글씨가 어땟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최근 종이에 무언가를 써서 누군가에게 주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아직도 다이어리를 쓰십니다. 재미있는 것은 노트북도 쓰신다는 점입니다. 그런 나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가 궁금했습니다. 유심히 살펴보니 손으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다 손으로 하시고 손으로 할 수 없는 것만 노트북을 사용하셨습니다. 저는 집에 성경책이 어디에 있는지 심지어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모릅니다. 그런데 저희 아버지는 아직도 종이로 된 성경책을 손에 들고 다니시고 늘 종이로 된 책을 읽으십니다. 물론 저도 종이로 된 책을 읽습니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면 노트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노트북으로 하고 인터넷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다 인터넷에서 얻고 그 외에 종이로만 얻을 수 있는 것만 종이에서 얻는다는 점이 차이점인 듯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스타크래프트2 유산)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프로토스에게는 말도 글도 필요 없습니다. 그들은 (진화된 종족이기 때문에 목덜미에 있는) 칼라(신경삭)로 모든 감정과 의사를 소통합니다. 공허의 유산은 아몬의 지배로 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해 제라툴은 자신의 목숨을 버려 아르타니스의 칼라를 잘라내지요. 이때 하는 대사가 "My life for Aiur" 입니다. 이후 아르타니스는 중추석을 충전한 후 잠시 아몬의 지배로부터 해방된 아이어의 프로토스들을 그들의 모든 것인 칼라를 잘라내도록 설득해야 했습니다. "칼라가 없으면 무엇이 우리를 기다립니까?" 그 질문에 아르타니스는 제라툴이 목숨을 바쳐 그에게 준 그 가치를 말합니다. "자유"  과연 누가 이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진화된 종족인 프로토스에게도 그들의 모든 것이라고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소통입니다. 칼라는 그 소통의 도구일 뿐이지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덜 진화된 종족인 우리 인간은 칼라가 없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말과 글은 대단한 매력을 가지고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것은 이 세상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말로 소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텍스트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을 즐겨합니다. 프로토스에게는 칼라만 있으면 되지만 우리는 표정도 말도 행동도 글도 전부 다 필요합니다. 말로 다할 수 있다면 '말로 다할 수 없는'이라는 표현도 없어야겠지요.

 

특별히 전자책을 통해서 메신저를 통해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뉴스를 통해서 그리고 지금 여러분이 보고 계시는 이 블로그를 통해서 우리는 오늘도 소통합니다. 인간의 언어란 표현하기 위함으로 인류 역사의 그 오랜 시간 동안 단 한순간도 글은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글을 사용하지 않으면 사람은 살 수 없는가에 대한 문제는 아닙니다. 인간은 사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있으면 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살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닙니다. 이상을 위해서 사는 것이지요. 동물도 의사소통을 하지만 그들은 글이 없습니다. 저는 한 번도 강아지가 자신의 왕국을 세워 세상 모든 강아지들을 통치를 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오직 이상이 있는 존재에게만 글이 필요합니다.

 

글은 문화를 설명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인간은 더 나은 문화가 있으면 그 문화를 동경하고 받아들입니다. 문화는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그 이유는 누구도 지식과 가치를 없앨 수 없기 때문이지요. 시도를 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을 다 불살라버리겠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글을 없앤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세상의 모든 가치를 모르려고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알렉산드리아에는 도서관이 있었는데 세상 모든 지식이 그곳에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헬레니즘과 로마의 문화는 오늘날에도 이어집니다. 여러분은 여전히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읽고 있지요. 그리고 이 사실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모으고 있나요?

 

새해에는 글을 모으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이는 곧 에디터를 모집할 것이라는 뜻이지요. 저는 에디터가 이 세상에 큰 가치를 전달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는 에디터가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고 있지는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생산 작업은 소비에만 한정해서 가치의 유무를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이를 테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고 해서 생산을 해내야 할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예능과 드라마입니다. 그러나 공영방송국에서는 다큐멘터리도 제작을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직 더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 외로도 가치를 평가하는 다른 기준이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의 시대도 글이 가치를 여전히 생산을 하기는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그 가치에 대한 대가인 금전을 직접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은 가치가 있지만 에디터 활동만으로는 안정적인 생활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혹은 매우 소수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예전에도 극소수만 가능했습니다. 지금은 시장에서 다수가 에디터 활동을 하는데 그 모든 에디터들이 전부 같은 방향(집필-판매-수익)을 이상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치를 생산하는 것에는 틀림이 없기 때문에 그 사람은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아주 훌륭한 도구임에는 여전히 틀림이 없습니다.

 

올해의 우리는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후 그 가치를 재화로 환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합니다. 그것은 가장 전통적인 방법인 출판일 수도 있습니다. 또 텍스트계의 MCN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현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또 작가로서 프로그램을 담당해 볼 수도 있습니다. 공략 글을 쓰다가 이후 해설자로 활약하는 그림도 상상해 봅니다. 이름과 생각이 알려진 후 (직무만 맞다면) 단순 취직도 가능하겠지요.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지금은 그저 가능성일 뿐입니다. 또한 지금 우리는 밝은 미래를 그리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 미래가 없는 것에서 희망을 찾아보려고 하는 것이지요. 어두운 곳에서 신음하는 많은 가치 생산자들을 수면 위로 올리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필요한 누군가가 즉시 알아볼 수 있도록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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