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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지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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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odista
2024.12.29 추천 0 조회수 499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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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어둠을 뚫고 온 한 사람이 건물을 열고 불을 킵니다. 건물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 무언가가 열리는 모양이군요. 그리고 누군가가 행사 준비를 위해 일찍 출근했습니다.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인 O씨는 e스포츠에서 현장직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행사 기획과 진행 뿐만 아니라 방송과 심판까지 할 정도로 활동 범위가 넓습니다.

 

작업 준비를 하고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O씨. 오늘은 대형 행사라서 중요하기에 꼼꼼히 점검을 합니다. 그리고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늦은 밤이 되어서야 행사가 끝났습니다. O씨는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겼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마무리 정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사람이 많아서 걱정이 됐지만 그래도 잘 넘긴거 같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사고없이 마무리를 하는게 좋습니다.”

 

그나마 이번 행사는 어느 정도 지원이 있었고 피드백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O씨는 최근 현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말합니다. 불황과 정세로 인해 줄어드는 예산으로 인해 상당히 빡빡한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최근 분위기를 보면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홍보 효과를 누리는 2000년대 초중반 방식과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원활한 행사를 위한 예산이 이제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행사 품질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대중의 기대감은 시간이 지나면서 높아지고 있고 선수로 꿈을 꾸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행사와 대회 또한 이에 맞게 수준을 맞춰야 하는 상황입니다.”

 

“수준을 맞추기 위해선 자원과 능력 그리고 열정이라는 원동력이 필요합니다. 열정은 누구에게나 다 있죠. 하지만, 이러한 열정을 지속시키고 발전시키고 고도화를 하기 위해선 능력을 높여야 하고 자원이 뒷받침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대회 방송 품질을 떨어뜨리게 만드는 상황 혹은 사람을 쓰고 싶어도 제한적인 상황이 나오기도 합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운영하다보니 남아있는 것은 같이 만들어가고 고생하는 사람들끼리 감정 싸움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한 사람이 하는 일이 많아지고 대외적인 실수가 나오면서 애로사항이 골치 아프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제 이 일도 점점 이상과 현실에 괴리감을 느낀 사람들이 이 일을 하다가 떠나거나 도망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지만 실상은 서류 정리만 하거나 몸을 무릅쓰고 해야 할 일들에 직면하면서 소통이 안 되고 소통이 안 되면 감정이 쌓이고 회의감이 느껴지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도권은 그나마 사람이 많아서 대체가 가능하지만 비수도권은 좀 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한 사람이 일해야 할 역할이 많아지다보니 감정 소모가 심해지고..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조직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결정적인게 열정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산업에 영향력을 주는 사람들이 각광을 받지 못 하고 있다는게 더 안타깝습니다. 특히, 현장직은 더더욱 그런 경향이 존재합니다.”

 

O씨는 발목과 종아리 그리고 목에 무언가를 둘렀습니다. 발목에는 붕대, 목에는 파스입니다. 통증 때문에 참아가면서 일을 하고 있는 O씨는 최근에는 어깨가 이상해서 진료를 받아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일을 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호전했습니다. 그는 몸을 무릅쓰고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저 포함해서 이 일을 좋아해서 버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꿈을 가지고 이 일을 했다면 요즘에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꿈도 있지만 최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한 목표도 생겼습니다.”

 

“명색이 취미 생활인데 행사를 같이 즐기는 분위기로 만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만드는 사람이든 참여하는 사람이든 서로 피곤한 상황이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간혹 현장엔 소위 윗사람이라고 하는 의사 결정권자를 가진 사람들을 바라볼 때 그저 우리는 그들의 업적을 빛내기 위한 발판에 불과하다는 회의감이 만연했습니다. 그래서, 먼 훗날에 제가 소위 의사결정권자가 된다면 환경을 개선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하지만, O씨는 자신은 아직 그러기엔 부족하다면서 조금 더 큰 꿈을 꾸고 있습니다. 해외 e스포츠를 경험해서 긍정적인 부분을 한국에 도입하고 싶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 e스포츠는 PC방과 종목사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식견을 넓히고 전체적인 상황을 생각하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해외 조직에 일하는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혹은 유명 방송인의 조언처럼 창업을 하는게 낫다고 생각해요. 이 판은 취업보다는 창업이 어울립니다.”

 

모든 정리가 끝나고 퇴근 준비를 마친 O씨. O씨는 직업 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기 위해선 피부에 와닿는 지원이 필요하고 동기부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산업 종사자들도 그에 맞는 직업 의식과 프로 의식과 같은 사회성이 필요하다고 언급합니다.

 

“유명한 공무원 유튜버의 말이 있잖아요. 사명감은 돈으로부터 나온다고. 저는 그 말에 엄청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거에 대한 프로 의식과 직업 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그렇게 되기 위해선 갈 길이 멀고 여전히 평판을 생각하고 실속을 챙기면서 할 일을 하고 있지만 좀 더 멋진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헌신하고 있습니다.”

 

“이 판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희생이 되고 헌신을 하고 있지만 빛을 보지 못 하고 있습니다. 조직에선 윗사람들의 시선과 정치력이 있죠, 대중의 시선들도 있죠, 이 과정에서 감정적인 요소들도 만연하고.. 보는 눈이 진짜 많습니다. 심지어 조직에 원활한 적응과 업무를 위해 사회성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그래서 저라도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먼 훗날에 이런 발언과 행동들이 누군가에게 귀감이 되고 교훈이 되는 순간이 오길 기원해봅니다.”

 

※ 본 인터뷰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모티브로 기획했으며 다수의 목소리를 버무린 픽션 기반으로 제작했습니다.

※ 원문 : https://naver.me/x67Y5z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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