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포츠 산업인, 커뮤니티, 이해관계자가 모두 각성을 해야 할 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게임 & 이스포츠 언론사에 대한 불호가 심했습니다. 2006년에 있었던 프로리그 중계권 사태와 2016년 IEM 경기 보도 그리고 팩트 체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보도를 그대로 인용을 하는 것 등등 이해할 수 없는 순간들을 마주했습니다. 산업이 위축되는 것을 우려한 선택에 회의감이 들었고 메이저/레거시 언론사가 하지 못 한 것을 제가 직접 해봐야겠다는 지점에 접근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의 이스포츠 컨텍스트 콘텐츠 제작이 올해로 10년차를 맞이했습니다.
IEM 평창 무관중, 블리자드 코리아 현지화 문제, Team GP 임금 체불, 그리고 이스포츠 산업인의 대나무숲 등등 현실을 마주하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담담하게 부정적인 이슈를 전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왜 언론사들이 그런 자세를 취했는지 그리고 산업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게 되었죠. 심지어, 이 선택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기 위해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자초지종 설명을 한 분도 계셨습니다.
반면에, 저의 이러한 기조가 오히려 이스포츠 산업에 취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제 글을 읽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권유를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조를 유지하는 이유가 있다면 이런 관심과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접근하라는 어떤 한 이스포츠 산업인의 말이 생각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여러 이유로 인해 그 동안 조용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무기력 팬데믹에 빠지면서 어려운 시기가 있었고 거리를 두라는 산업인들의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조용했습니다. 오죽하면 감사하게도 저에게 후원을 한 분들의 말을 빌리자면 제가 다른 사람들과 대동소이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조용했습니다. 그러나, 조용했던 긴 시간 동안 여러 풍문과 제보를 통해 안타까운 소식들을 보면서 속이 많이 탔습니다. 산업에 진심인 사람들이 하나씩 떠나고 소위 책상머리와 이기적인 사람들로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이스포츠 산업에 진정으로 생각한 사람들은 회의감을 가지고 심하면 상처를 받아서 요직에 물러나거나 아예 산업에 조용히 떠나는 인물들이 존재합니다. 업적을 인정받지 못 하고 떠나는 사람들, 선한 영향력과 재밌고 즐거운 일을 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코너에 몰린 사람들, 목소리를 높이지만 점점 늪에 빠지는 사람들이 그렇죠. 대부분 심리적인 타격으로 인해 거리를 두고 있고, 경제적으로 고통을 받으면서 신용 불량이 되고 있으며, 기회가 오지 않아 나이만 먹어가고 경력이 안 쌓이다가 떠난 사람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옳고 그름의 차이가 아니라 가치관 차이입니다. 하지만, 여러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점점 소중하고 중요한 것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10년 넘게 이스포츠 산업을 지켜보면서, 10년 동안 이스포츠 관련 글을 쓰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아직 부정적인 인식은 높은 편입니다. 특히, 취미 생활이라는 이유로 가볍게 보는 경우가 파다하고 선택에 존중하지 않는 인식이 만연하게 퍼져있습니다. 2019년, SK텔레콤 오경식 부사장이 SKT T1 단장직에 물러나면서 남긴 인터뷰 중 “업계 관계자 모두가 심각성을 느끼고 한국 e스포츠 발전을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라는 조언이 생각날 정도입니다.
당장 인식만 봐도 이스포츠 대회 직관을 가거나 이스포츠 스킨을 구매하거나 굿즈를 구매하면 아깝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부끄럽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크게는 이스포츠 산업에서 나오는 어디 내놓기가 부끄러운 이슈들을 통해 우습게 보고 존중 없이 접근하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즉, 이것은 단순히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C2C 뿐만 아니라 B2C에서도 괴리감이 나오고 있고 그 염증을 달고 다니면서 균형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스포츠가 스포츠가 되었다고 해서 목적이 달성이 된 것이 아닙니다. 아직도 과제는 산적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이스포츠에 대한 좋은 인식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공정하고 평등한 생태계를 위해 존중과 포용이 필요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합니다. 어떠한 위기에도 단단한 기본도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단순히 ‘취미 생활’ 이라는 이유로 가볍게 생각하는 결여된 직업 의식을 높여야 할 명분이 있어야 하고, 맹독성 문화를 지양시키고, 더 나아가 산업에 진심인 인물들에게 기회를 주고 장기적으로 강인하고 정직한 성품을 가진 사람들을 발굴해야 합니다.
저는 2024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게 소중한 메달을 안겨줬고 국위선양의 상징인 항저우아시안게임 이스포츠 대한민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이스포츠 현장에 돌아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신기하게 바라본 사람들도 있지만 여전히 이스포츠 국가대표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고 DK 유니폼으로 생각하거나 시국으로 인해 오해가 생기는 순간을 목격했습니다. 이스포츠 국가대표의 위상을 입증하려면 좋은 생태계와 문화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온갖 대외활동과 인터뷰 심지어 유료 광고 제안에 엄청 많이 까이고 바지가랑이를 잡아도 기회가 없었던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산업인, 커뮤니티, 그리고 이해관계자 모두 각성이 필요할 때입니다. 잘 좀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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