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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담아 수를 놓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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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odista
2024.12.31 추천 1 조회수 39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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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잘 정리해서 업로드 전에 완성본 전달 드리겠습니다.”

 

P씨는 e스포츠 산업에 종사하면서 꿈을 키우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전달하는 무명의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글이든 영상이든 날 것 그대로 전달하면서 작금의 현실을 온전히 구현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없어서 아쉬운 사람들, 알 권리가 필요한 사람들, 그리고 다양한 시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 등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전달하고 때로는 비평을 합니다.
 

P씨는 최근 다양한 상황에 처한 8명의 e스포츠 산업 인재의 인터뷰를 주재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보면서 자신도 비슷한 경험을 하는 것처럼 많은 감정이 교차가 되었습니다. 어두워진 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거리에서 생각에 잠긴 P씨는 무거운 마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이런 인터뷰를 주재하고 제보 센터와 대나무 숲을 운영해도 제보가 잘 안 들어왔는데 최근에 이런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만큼 불황과 갈등으로 인해 쌓인 감정이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불명예가 명예가 되는 세상이 e스포츠에도 나오고 있다는걸 느껴집니다.”

 

“하지만, 제일 무서운 점이 있다면 바로 '침묵' 입니다. 저는 그 동안 내용 정정과 같은 형식적인 요청과 피드백을 받았지만 소위 기득권 혹은 힘이 있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오해를 풀거나 상황에 대해서 자초지종 설명을 하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가 없고 조용한 이들이 보여줘야 하는데 그들도 제 입에 풀칠을 못 하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강요는 할 수 없습니다. 요즘 세상에 강요는 할 수 없고 그냥 무관심으로 흘러 보내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점점 사람들이 포용과 화합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고 "취미 생활" 이라는 방패를 내세워 소위 머리 아픈 이야기는 잘 안 하려고 합니다. 토론마저 소멸이 되는거 아닌가 우려가 됩니다."

 

“물론, 저명인사들이 단상에 앉아 포럼이나 토크쇼를 통해 몇 마디만 하고 그들만의 모임으로 향유를 하겠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충분한지에 대해선 물음표입니다. 이것은 기본이 탄탄하지 않고 e스포츠의 섭리가 바로 서지 않아서 일어난 순간들이라 생각하고 때는 늦었으며 주도권을 잃어버렸습니다.”

 

“지금 e스포츠 산업은 하스스톤의 흑마법사 영웅 능력에 있는 '생명력 전환' 을 누르면서 카드를 뽑는 것처럼 자신을 갉아먹으면서 나아가고 있는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마음 같아선 타임스톤 들고 시간을 돌려서 e스포츠가 기본이 탄탄한 시간선으로 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2시간 동안 전철을 타고 거주지에 돌아온 P씨의 일갈은 계속 이어집니다. 말이 없는 기싸움과 정치가 팽배해지고, 서로가 서로를 보지 않고 대화도 하지 않고, 배려나 양보 그리고 용서와 사랑이 없어지고, 조직을 와해시키게 만드는 현상을 유도하는 사회 현상에 대해서도 꼬집었습니다. 그렇게 P씨의 인터뷰 주재와 사회 현상에 대한 소회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습니다.

 

집으로 귀가한 P씨는 그 동안 진행했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노트북을 켰습니다. 그의 책상엔 온갖 독촉장이 쌓여있었고 방 한 구석엔 온갖 물품들로 가득 채웠습니다. 밤 11시가 넘긴 시각, 정신 없이 타자를 치는 P씨는 그 동안 담아왔던 목소리를 하나씩 수를 놓기 시작합니다. 최근에 P씨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물음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금 이런 활동도 정기적인 수익도 없고 오로지 열정과 헝그리 정신으로만 버티고 있습니다. 제가 다루는 이 인터뷰 그리고 이와 비슷한 콘텐츠들은 이해관계가 얽힌 언론사에 들어간 기자들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 내는 역할을 하는 것도 기자들이 할 수 없습니다. SNS에서 자랑 열심히 하는 기자들과는 정반대죠.”

 

“저에게 이건 딜레마에 빠지게 만든 순간이에요. 필요한 사람은 맞는데 유지하기는 어렵고.. 실제 평판과 퍼포먼스는 좋은데 받는 처분은 박하고.. 영속성이 없어지고 있는 활동을 하고 있는 계속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계속 이런 생각에 맴돌아서 혼란스럽습니다.”

 

“다만,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 하나만 있습니다. 이것마저 없으면 헝그리 정신으로 못 버텼을겁니다. 사명감은 돈으로부터 나온다는 누군가의 말과는 다르지만 저는 그래도 사명감은 돈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에 엄청 공감하고 있습니다.”

 

 

모든 인터뷰를 정리하고 확인 작업을 마친 P씨는 업로드 예약을 걸면서 모든 작업을 마쳤습니다. TV에서 나오는 뉴스는 온갖 우울한 소식으로 가득 나오고 있지만 P씨는 이에 개의치 않고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상황이 오든 가야 할 길을 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본인이 말라 죽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 심정은 영화 '돈 룩 업' 의 마지막 장면과 같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노력을 했지만 힘이 있는 사람들은 결국 실무자의 조언을 안 듣는 것도 모자라 무시해버렸고 결국 겸허히 운석 충돌이라는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지만 내색하지 않게 저녁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매 번 비장하게 준비를 하고 온갖 소신 발언과 내실이 있는 목소리를 높여도 정작 힘이 있는 사람들은 반응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와 같이 와치독 혹은 감시자와 같은 역할을 하거나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실무자들은 산업에 점점 고립이 되면서 말라 죽게 되죠. 아직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저는 e스포츠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오고 있다고 봅니다. 확증적 편향이라고요? 대화가 없고 소통이 없는데 그렇게 보일 수도 있죠.”

 

“저는 앞으로 e스포츠 산업이 돈 문제가 없어지는 것도 바라고 있지만 적어도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맞는 대우를 해주고, 안 좋은 방식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고, 인식을 높여서 품격이 있는 산업으로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탄탄한 기본과 미디어 대응 능력을 위한 리터런시 그리고 소양 교육이 필요합니다. 강철 멘탈을 기르게 하는 사기 진작과 형평성 높이기를 처방하고 싶습니다.”

 

인터뷰 정리를 마친 P씨는 집 정리를 마치고 자정을 넘겨서야 씻고 엄청 늦은 저녁을 먹습니다. 거주지에서 서울까지 왕복 4시간이라는 시간을 넘어 e스포츠인들의 목소리를 겨우 담아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런 바쁜 일정 속에서 P씨는 하루를 겨우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라 앞으로의 미래에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P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기 위해 모든 것을 무릅쓰고 있습니다.

 

“솔직히 지금 여러 갈등 속에 휩싸이고 있는 우리 사회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e스포츠에서도 이런 상황이 나오고 있는 마당에 앞으로 경종을 울리면서 기조에 흔들리지 않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를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지금도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 끝에 여기까지 왔지만 이런 저의 가치와 방향성에 힘을 싣고 도와줄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e스포츠에서 위인이 없고 각자도생이라고 해도 저는 희망을 잃지 않고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그들의 응답이 나오겠죠?”

 

 

새벽 3시. P씨는 자러 갈 준비를 합니다. 자기 전에도 아이디어 노트에 아이디어를 채우고 자는 P씨. 머릿 속에 정리가 다 되고 기나긴 여정 끝에 8명의 인터뷰를 마친 소감을 마지막으로 남겨봅니다.

 

“소위 힘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달하지 못 해 아쉽지만 지금 제 심정은 스타크래프트에서 이한 수정을 들고 떠돌아다니는 제라툴과 같은 심정입니다. 미약한 저의 활동과 높이고 있는 목소리가 저 콧대 높고 자존심이 철벽처럼 세운 사람들에게 최소한 등대와 같은 역할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장시간 동안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고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는건 외로운 길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숙명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무릅쓰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데 설마 한 번 쯤은 변화가 생기겠죠? 그 과정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기면 더 좋겠지만요.”

 

 

※ 본 인터뷰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모티브로 기획했으며 다수의 목소리를 버무린 픽션 기반으로 제작했습니다.

※ 원문 : https://naver.me/5CW41yW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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