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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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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odista
2024.12.30 추천 1 조회수 490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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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식당. 며칠 전에 인터뷰로 만났던 I씨가 나타납니다. 오늘은 같이 일했던 동료들과 연말에 작은 송년회를 위한 술 약속이 있는 날입니다. 잠시 후, 기다리고 있는 I씨가 R씨를 맞이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 안부를 묻고 주문을 합니다. 잠시 후, E씨도 합석을 합니다. 세 사람은 e스포츠 현장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오고 가는 소주 한 잔을 나누면서 고기를 구우면서 서로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R씨는 e스포츠 팀의 대표고 팀을 운영했던 사람입니다. 가진 것이 없어도 열정 하나로 정면 돌파했고 예산에 문제가 생기면 후원사를 구하거나 행사를 찾거나 다른 일을 해서 돈을 구해서 팀을 운영할 정도로 헌신적인 인물이었습니다. 모든 기반과 틀을 만들었지만 수포로 돌아가게 만든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구성원이 커지고 조직이 점점 커지면서 간혹 여러 상황과 인물들로 인해 성장을 할 수 있고 전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멈춰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악의적인 목적으로 정치질을 하고 그 정치질에 정신적인 피해를 본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능력을 발휘하면서 성과로 증명했음에도 말이죠.”

 

“그 때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업적을 강탈하고 사람 한 명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열정과 꿈으로 가득 채웠던 곳은 욕심과 이기심으로 가득 채워졌고 저와 같은 사람들은 그렇게 지병을 하나씩 달고 점점 사라졌습니다.”

 

“제 동료도 임금체불로 장기간 동안 마음 고생하다가 유명 선수와 언론인이 폭로를 하면서 그나마 밀린 급여 받고 있는데 그 사건은 애교 수준에 불과합니다. 다들 지치고 괴로워서 이것을 대응을 하고 싶어도 대응하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법적으로 다툼을 하고 싶어도 자신들의 평판과 미래를 생각해서 고사하고 연대를 잘 안 하는 편입니다.”

 

R씨는 최근 e스포츠 산업에 대한 자세에 대해서 지적을 했습니다. 취미 생활을 업으로 하면 모든 것이 될 거 같은 오만한 마인드, 생태계보다 오직 자신의 이익에만 초점에 맞춘 자세, 그리고 젊은 세대를 상대로 하는 각종 사기 수법까지 발생하면서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탈곡되고 진정한 능력자들이 각광을 받지 못 해 살아남지 못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e스포츠 전체가 발전하려면 e스포츠 창조주이자 위인이라고 불리는 행보를 보였던 '테란의 황제' 임요환님처럼 진정한 어른이 있어야 하고 위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수가 아닌 산업에서 말이죠.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고 세상이 이기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각자도생입니다.”

 

“이것은 2024년 대한민국의 현실과도 맞물리지만 e스포츠도 선한 영향력을 보여줘도 모자를 판에 불황과 여러 불확실성 속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특히, 급성장한 e스포츠를 보고 이익만 보고 빠지려는 기생충이 많습니다. 대규모 종목 같은 경우엔 노출된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중소규모 종목은 오죽할까요?”

 

 

이와는 반대로 기회를 찾고 있지만 그 기회마저 잡지 못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E씨도 그 사람 중 한 명입니다. E씨는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e스포츠 산업에 문을 두드렸지만 끝내 기회를 잡지 못 하고 일용직으로만 일하다가 겨우 버티면서 왔습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시절엔 군입대, 리그 오브 레전드 시절은 대학교 졸업을 목전에 앞두면서 서포터즈 활동을 하고 싶었지만 때가 안 맞았으며, 그나마 계란에 바위치기로 들어간 현장직 덕분에 접점이 생겼지만 이미 도전하기엔 나이대가 너무 차버렸습니다.

 

“사실, 이 일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하면서 기회가 꽤 많았습니다. 하지만, 망할 질병 때문에 기회를 놓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룬 프로젝트들이 예산과 여러 이슈로 인해 줄줄이 취소가 된 적이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제가 손 대는 일마다 안 되고 취소되는거 같은 확증적 편향도 생겼습니다.”

 

E씨는 취소가 된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소개하면서 어떤 일을 계획했는지 공유를 했습니다. 하지만, 진행하다가 취소가 된 것도 있지만 누군가로부터 대체가 되었다는 사실에 변화를 꾀하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제가 하기로 한 일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가 되어서 찜찜한 적도 있었습니다. 제한된 상황이고 여건이 안 맞아서 연락이 안 온 것은 이해는 하겠지만 내가 해도 저것보다 잘하겠다는 마음과 함께 아쉬움이 다가오는 것은 저도 사람이기에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 업계에서 대체가 되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아카데미도 수강해보고 현장 실습 체험도 해보고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느껴지는 것은 부족함이고 기회가 다가왔지만 여러 이유로 놓치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다 수포로 돌아가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나마 E씨는 현장직으로 일을 하면서 하나씩 쌓아가고 있지만 이번에는 불황으로 인해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e스포츠 겨울' 논쟁이 뜨거운 지금, E씨는 여전히 차가운 겨울을 맞이하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누구나 마음 속에 보릿고개가 있고 추운 겨울이 있다고 하지만 E씨는 기회를 놓친 것과 오지 않은 것에 대한 원망이 많은 적도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불황의 칼바람이 많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특히, 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하나씩 떠나고 서비스도 폐쇄를 하면서 긴축에 긴축을 하고 있다는게 몸소 체감이 됩니다. 이것을 버티지 못 하면 헌신과 희생만 하다가 산화가 된 선배들처럼 공로를 인정받지 못 하고 떠날거 같아 두렵습니다.”

 

“하도 많은 실패를 해서 그런지 '과연 내가 이 일을 하는게 맞는가?' 에 대한 회의감이 들면서 앞으로 미래가 있는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했고 시간을 쏟아부었지만.. 돌아온건.. (눈물)”

 

 

불명예가 명예가 되어버린 세상 속에서 그것을 바로잡지 않고 방치하는 순간을 맞이한 사람, 그리고 기회를 계속 찾고 있지만 연이어 고배를 마시고 오히려 벽을 느끼는 사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I씨는 담담하게 자신의 소신을 담아봅니다.

 

“현재 e스포츠 산업 같은 경우 조직 내에서는 성과를 내야 하고 그것을 하기 위한 정치를 견뎌야 하는 반면에 조직 외에서는 대중의 시선도 신경을 써야 하는 산업인거 같습니다. 사기와 같은 불법은 없어져야 하지만 이러한 이해관계와 과정들을 견디는 선배들이 대단하다는게 느껴졌습니다.”

 

“부끄러움이 없는 어른이 되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게 느껴졌습니다. 성품이 좋은 사람들은 시련을 맞이하는데 성품이 나쁜 사람들은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사기꾼과 거짓말쟁이들이 뻔뻔함을 무기로 한 자리씩 잡아먹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 e스포츠에서도 나오는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더구나나 현재 대한민국 e스포츠 산업은 학문적인 기틀이 약한데다가 명확한 기조가 없고 도덕성과 같이 모범을 보여줘도 모자를 판에 썩어가고 있다는게 느껴집니다. 저는 저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나아가겠지만 이번 이야기를 통해서 앞으로 e스포츠 산업에서 가져야 할 장기적인 과제가 생겼고 모범을 보이는 큰 어른이 되겠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R씨와 E씨는 다시는 e스포츠 산업에 일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열정을 가지고 일했던 산업이라 여전히 일을 하기엔 매력적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세 사람은 아쉬움과 서러움을 소주잔에 담아 소주와 함께 털어내며 남은 술자리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들의 미래에 더 빛나는 나날만 가득 채우길 기원해봅니다.

 

 

 

※ 본 인터뷰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모티브로 기획했으며 다수의 목소리를 버무린 픽션 기반으로 제작했습니다.

※ 원문 : https://naver.me/FO9KStOi

댓글


반면교사의 사례인 사람들이 정작 진짜로 모범이 될 만한 사람들을 밀어내고, 심지어 어린 선수나 신입들에게 그게 '사회생활'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직접적인 피해자에게 조차, 그 피해를 입혔던 사람에게 오명을 씌울 수 있으니 혼자 속으로 삭이면서 알아서 잘 이겨내라는 식이에요. 단적으로 말해서 '가만히 있으라'인 거죠. 물질적인 최소한의 피해 복구를 위해 정당한 법적 대응을 하거나 공론화를 하는 등 취하는 행동 그 자체를 문제를 삼는 겁니다. 그치들 기준에서의 '사회생활'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거고, 그걸 이유로 정당화하면서 소위 말하는 '레퍼런스'를 망치려 들거나 업계에 어떻게든 작업을 해놓습니다. 혹시 다른 사람이 피해자를 돕는 것 조차 그런 사람과 친하게 지낸다는 '레퍼런스'가 될까봐 조심스럽게 만들죠.
제 개인적으로 굉장히 가까운 사람이 겪은 일이라서 디테일하게 잘 알고 있습니다. 자기 눈으로 좀 직접 확인하면 될 걸 뭐가 그렇게 떳떳하지 못하게 레퍼레퍼 따지고 있는 지. 애초에 본인 동의 없는 레퍼런스 체크는 위법인데 모를 리 없는 사람들이 당연하다는듯이. 이스포츠도 4차 산업 중 하나라고 하는데 업계는 아직도 90년대 뉴스 보는 거 같아요.
진짜 문제는 이게 일부의 사례가 아니라 이미 만연한 상황입니다. 이거 또 제가 말했다는 거 알려지면 '레퍼런스' 당하겠네요. 개선하면 될 문제를 굳이 부정적인 이미지 퍼뜨릴 수 있는 소리 하고 다닌다고. 근데 신기하게도 유능하면서 이타적이고 이스포츠에 진심이고 열심히 공부하며 뛰어다니는 사람들은 업계에서 늘 뒷편에 가려져있고, 반면 나쁜 짓을 정말 스스럼없이 잘 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평판이 너무 좋은데 왜일까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20 일전
202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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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소름 돋는 사실은 전체적으로 무기력에 빠졌는지 혹은 걸러 듣는건지 이런 이야기에도 반응이 없다는 점입니다. 혹은 이 글은 거르라는 댓글도 봐서 속된 말로 이미 찍히고도 남았을겁니다.

전 축구 선수의 말이 생각납니다. “좋은 지도자들은 어렵게 사는데 나쁜 지도자들은 오히려 좋은 자리를 차지하더라”

개인적으로 이 판에 성품이 좋은 사람들이 선두 주자가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러지 못 한다는게 안타깝습니다.
17 일전
2025.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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