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 어니언을 주장하는 사람
T씨는 이스포츠 산업을 장시간 동안 지켜봤습니다. 과거에는 현장을 둘러보면서 많은 식견을 쌓았고 어깨 너머 보면서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의견과 메세지를 피력하면서 기회를 하나씩 잡아가고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사람들은 그에게 '감시자' 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멋진 일을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 판에 진입했습니다. 저도 이 일을 하게 된다면 꽤 멋지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어서 계속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판을 계속 지켜보기만 하면서 건강하고 즐거운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시간 낭비와 같고 의미가 없어 보였다고 말했지만 적어도 그의 행보는 일종의 컨설팅과 관리직을 도맡은 단계에 오를 정도로 무의미하지 않았습니다. T씨는 이스포츠 산업을 장시간 동안 지켜보면서 꽤 많은 목소리와 메세지를 들었고 상황을 지켜보면서 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정말 커진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무릅쓰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이 판에 한 사람이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하고 멀티플레이가 아닌 트리플플레이급 이상의 일을 하는 인물들이 이 산업에 나오고 있습니다.”
재밌고 멋진 일에 동참한 유능한 젊은 인재들 그리고 열정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운영과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기성 세대까지 산업을 일궈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급성장과 함께 점점 위축이 되고 있는 산업을 보면서 T씨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전달하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T씨는 현재 스포츠 산업이 노력에 비해 각광을 받지 않는 산업이라 이들에게 의욕을 불어넣고 사기를 높이게 하는 요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은 차가운 현실과 대중의 시선으로 인해 묻혀지고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기여도에 비해 만족도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줄어들고 원동력이 없어지고 있다는 점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산업을 보면 영화 '글래스 어니언' 을 떠올리게 됩니다. 글래스 어니언이란 유리로 만든 양파 모양의 조형물 혹은 건물입니다. 겹겹이 싸여 있고 신비롭고 심오해 보이지만 중심부는 뻔히 보입니다. 그런데, 복잡한 한꺼풀을 벗기고 보면 몇 꺼풀이 더 나오고 실속은 없습니다. 한국식 표현으로는 '속 빈 강정' 이라는 뜻이죠.”
“이스포츠 산업도 글래스 어니언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글래스 어니언처럼 흥미로운 것을 예상했고 지적인 것을 예상했지만 이건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화려함 뒤에 숨은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투명한 사실 뒤에 있었죠. 아예 숨지도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눈 앞에 있었죠.”
“현장을 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 머리를 짓누르게 만드는 것을 찾아냈습니다.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생긴 이해관계와 정치 그리고 인간 관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지 않았고, 사회성을 기르는 것이 아닌 결여가 된 상태에서 나쁜 선순환을 일으키게 만들었으며, 융화보다는 부조화, 가치보다는 효율, 소통보다는 불통.. 여러 요소들이 괴리감을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처럼 저도 이스포츠는 멋있다고 생각하죠. 왜 그럴까요? 이스포츠 산업이라는 '글래스 어니언' 의 투명한 중심부를 보세요. 아직은 어리숙하거나 혹은 그 레벨에 맞춰지지 않는 요소들로 인해 괴리감이 있는 순간들이 다가옵니다. 활동적인 사람들이 정적인 일을 하게 되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으로 인해 도망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일반적인 사회 생활과 비슷합니다.”
“문제는 이스포츠 산업은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인의 발전보다 개인이 소모가 되는 판이라고 생각합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거죠. 돈 뿐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산화가 되거나 떠나버린 이스포츠 저명 인사와 인물들이 존재합니다. 제일 안타까운건 이스포츠 산업을 떠나고 다른 산업에서 일을 하고 싶어도 이직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T씨는 현재 이스포츠 산업을 그나마 원동력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진행하기엔 세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갈등의 골이 깊고 협력과 포용을 하기엔 차가워지면서 실질적인 효력을 위해선 사회적인 현상의 개선을 위한 영향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위해선 이러한 방법은 꼭 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제는 그 생각마저 사치라고 생각할 정도로 많이 위축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 입장에서 지금 할 수 있는게 있다면 그리고 이스포츠에서 일을 하고 싶다면 장점보다 단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감안하고 일을 할 수 있을지 잘 고려하고 접근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현장 분위기를 돌아보면 그것을 고려하지 않고 진입한 사람들이 보였고 그것을 인지하지 못 해 떠난 사람들이 있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지금 이스포츠 산업에 꿈을 가지고 배우고 꿈을 키우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나마 남아있는 산업에 기여를 하는 사람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존재가 필요합니다. 선수들에겐 우상이 있지만 산업 종사자에겐 우상 그리고 원동력이 전무한 경우가 존재합니다. 이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시상식과 같은 결산 행사를 통해 사기를 올린다던지 내부적으로 사기 진작을 위한 여러 방법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스포츠에선 이런 요소들에 난색한 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에겐 선수라는 우상이 있지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선수들을 지원하는 사람들 등등 행정적인 일이나 현장직을 하는 사람들에겐 동기부여가 없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커뮤니티와 산업에서 논란이 되었던 직업 의식 결여와 깔끔하지 않은 일처리 그리고 미디어 대응 능력이 떨어지면서 평판을 낮추게 만드는 요인을 제공하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이스포츠 아카데미 뿐만 아니라 한국e스포츠협회를 비롯한 공공기관 및 단체에서도 다루기 어렵습니다. 그들은 최소한 미디어 리터런시를 비롯한 품위 유지 수준에서만 공개적인 소양 교육을 진행하고 있을 뿐 도덕성이나 에티켓 그리고 인성 부문에서는 거리를 두는 편입니다. 비공개로 기업 내 교육을 하지 않는 이상 공개적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죠.”
“여러 부정적인 영향력으로 인해 어떠한 고난과 역경을 견디고 버티고 있는 유능하고 헌신적인 인물들이 각광을 받지 못 하고 사라진다면 그리고 이런 부정적인 영향력을 제어하지 못 한다면 이스포츠 산업은 제3자가 봐도 매력적이지 않고 원동력이 없는 산업이 될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는 계속 생각을 해봐야 할 부분이고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할 과제라고 봅니다.”
지금 이스포츠 산업은 강정의 빈 속을 채워야 하고 글래스 어니언의 투명한 사실을 바로 잡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본 인터뷰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모티브로 기획했으며 다수의 목소리를 버무린 픽션 기반으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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